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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규격서 번역, 수치와 용어를 검토하는 순서
해외 규격서 번역은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보다 숫자, 단위, 기준이 원문과 정확히 같은지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공차 하나를 잘못 옮기면 한 LOT 전체가 고객사 입고 검사에서 불합격하고, 재질 기호를 비슷한 다른 강종으로 읽으면 소재 발주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규격서 번역은 번역보다 검토 순서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해외 고객사나 공급사에서 받은 규격서(specification)를 구매, 품질, 생산팀이 같은 기준으로 읽도록 만드는 순서를 정리합니다.
규격서 번역 전에 정할 것: 용어집과 표기 규칙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 용어집부터 엽니다. 같은 영어 단어를 부서마다 다르게 옮기면 사내 문서가 쌓일수록 검색이 안 되고, 회의에서 같은 것을 두고 다른 말을 하게 됩니다. tolerance를 품질팀은 공차, 생산팀은 허용오차라고 쓰는 식입니다.
용어집은 엑셀 한 시트면 충분합니다. 원어, 회사 표기, 뜻, 처음 나온 문서, 등록한 사람을 열로 둡니다. 시작할 때 넣어 둘 기본 용어는 tolerance(공차), surface finish 또는 surface roughness(표면 거칠기), heat treatment(열처리), plating(도금), first article inspection(초도품 검사), PPAP(양산 부품 승인 절차), lead time(리드타임), shall과 should의 구분 정도입니다. 특히 shall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구 사항, should는 권장 사항이라 번역문에서 둘을 같은 "~해야 한다"로 옮기면 의무와 권장이 섞입니다. 회사 규칙으로 shall은 "~하여야 한다", should는 "~하는 것을 권장한다"처럼 고정해 둡니다.
표기 규칙도 정합니다. 표와 수치는 번역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옮기고 머리글만 번역한다, 원문 쪽수와 조항 번호를 번역문에 그대로 남긴다, 표준 번호(ISO, ASTM, EN, DIN)는 번역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만 지켜도 나중에 원문과 대조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숫자와 단위: 번역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곳
규격서 번역의 사고는 대부분 문장이 아니라 숫자에서 납니다. 국제단위계 안내서인 BIPM SI 브로슈어는 소수점 기호로 마침표와 쉼표를 모두 인정합니다. 그래서 유럽 회사의 규격서에서는 0,02 mm처럼 쉼표가 소수점으로 쓰이고, 천 단위 구분은 공백이나 마침표로 쓰입니다. 1.250 kg이 1,250 kg인지 1.25 kg인지는 문서 전체의 표기 습관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미국 회사 규격서는 인치, 파운드, 화씨, psi가 섞여 나옵니다. 환산할 때는 NIST 단위 환산 안내의 환산 계수를 씁니다. 1 in은 정확히 25.4 mm입니다. 환산 값은 원문 값 옆에 괄호로 병기하고, 원문 값을 지우지 않습니다. 환산 후 반올림 때문에 공차 범위가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0.500 ± 0.002 in을 12.7 ± 0.05 mm로 줄여 쓰면 원래 공차(±0.0508 mm)보다 범위가 넓어집니다.
| 원문 표기 | 틀리기 쉬운 해석 | 번역문 표기 원칙 |
|---|---|---|
| 0,02 mm (유럽식) | 0과 02 두 값으로 읽음 | 0.02 mm로 바꾸고 원문 병기 |
| 0.500 ± 0.002 in | 12.7 ± 0.05 mm로 반올림 | 12.700 ± 0.051 mm (원문 병기) |
| 350 °F | 섭씨로 착각 | 350 °F (약 177 °C) |
| Ra 32 µin | µm로 착각 | Ra 32 µin (약 0.8 µm) |
| EN 1.4404 | STS304로 오인 | 1.4404 (316L 계열, 원문 유지) |
재질 기호는 따로 주의합니다. EN 1.4301은 AISI 304, EN 1.4404는 AISI 316L에 대응하는 강종이지만, 나라마다 규격의 성분 범위가 조금씩 달라 같은 재질로 바꿔 쓰지 않습니다. 번역문에는 원문 기호를 그대로 두고 대응 강종을 괄호로 적은 뒤, 우리 소재 발주서에 어떤 규격으로 적을지는 품질팀이 정합니다. 국내 KS 규격과 대조가 필요하면 e나라표준인증에서 KS 번호로 원문을 찾아봅니다.
개정판 비교: 무엇이 바뀌었는지 먼저 찾기
해외 고객사는 규격서를 Rev.A, Rev.B처럼 개정하며 보내고, 첫 장에 변경 이력(revision history)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변경 이력에는 "Section 4 updated"처럼 짧게만 적혀 있어서, 실제로 어떤 숫자가 바뀌었는지는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두 판이 모두 Word 파일이라면 Word의 비교 기능을 씁니다. Microsoft 지원 문서에 따르면 검토 탭에서 비교를 고르고 원본 문서와 수정된 문서를 지정하면, 원본은 그대로 두고 차이점을 수정 내용으로 표시한 새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PDF로 받았다면 Word에서 PDF를 열어 편집 가능한 문서로 바꾼 뒤 비교할 수 있는데, 표가 많은 규격서는 변환 과정에서 줄이 밀리므로 표 안의 값은 원문 PDF와 다시 맞춰 봅니다.
번역 초안은 Word의 번역 기능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Microsoft 지원 문서에 나온 대로 검토 > 번역 > 문서 번역을 선택하고 언어를 고르면 번역된 문서가 별도 창에서 열립니다. 이 초안을 그대로 쓰지 않고 용어집에 맞춰 핵심 용어를 고치고, 숫자와 단위는 원문과 한 줄씩 대조하는 것이 검토의 본론입니다.
번역본 구성: 네 부분으로 나눠 배포하기
사내에 배포하는 번역본은 본문만 있는 문서보다 네 부분으로 나눈 문서가 쓰기 좋습니다. 첫 장에는 원문 정보(문서 번호, 판, 발행일, 받은 날짜)와 "원문이 우선한다"는 문장을 둡니다. 둘째 부분은 이전 판과 달라진 항목의 비교표로, 생산과 검사 기준에 영향을 주는 항목을 위에 둡니다. 셋째가 번역 본문이고, 넷째가 고객사에 물어볼 기술 질의(TQ, technical query) 목록입니다.
기술 질의 목록에는 원문이 모호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곳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본문에는 Ra 0.8 µm라고 했는데 도면에는 Ra 1.6 µm라고 적힌 경우, 인용한 표준의 판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해당합니다. 질의는 조항 번호, 원문 문장, 우리가 이해한 내용, 질문을 한 줄씩 적어 고객사에 보내고, 답을 받으면 번역본에 반영한 날짜를 남깁니다. 이 목록이 있어야 생산을 시작한 뒤에 해석이 달라 문제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시: Rev.C 규격서를 받은 부품 제조사
스테인리스 피팅을 만드는 제조사의 품질 담당자가 해외 장비 회사로부터 피팅 규격서 Rev.C를 받았다고 해 보겠습니다. 첫 장의 변경 이력에는 "Material and test requirements updated"라는 한 줄뿐이었습니다.
담당자는 회사 공유 폴더에서 Rev.B 번역본과 Rev.B 원문을 찾아 Rev.C 원문과 함께 열었습니다. 두 원문을 Word로 비교하니 다섯 군데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재질이 EN 1.4301에서 EN 1.4404로 바뀌었고, 외경 공차가 ±0,05 mm에서 ±0,02 mm로 좁아졌고, 염수분무 시험 시간이 96 h에서 240 h로 늘었고, 포장 라벨에 LOT 번호와 함께 용해 번호(heat number)를 적으라는 문장이 추가됐고, 납품 시 시험성적서를 원본으로 첨부하라는 조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담당자는 바뀐 다섯 곳을 번역본 맨 앞에 비교표로 정리하고, 영향을 받는 부서를 옆에 적었습니다. 재질 변경은 구매팀(소재 발주 규격 변경), 공차 변경은 생산팀(가공 조건과 검사 게이지 변경), 시험 시간은 품질팀(외부 시험 일정과 비용), 라벨과 성적서는 물류팀과 품질팀이었습니다. 공차 ±0,02 mm는 유럽식 표기라 번역문에는 ±0.02 mm로 쓰고 원문을 병기했습니다. 재질은 "1.4404 (316L 계열)"로 적고, 기존 소재 재고 중 1.4301로 들어온 것은 이번 수주에 쓸 수 없다는 메모를 구매팀에 따로 보냈습니다.
번역 본문은 Word 문서 번역으로 초안을 받은 뒤, 용어집 기준으로 surface roughness를 "표면 거칠기"로, heat number를 "용해 번호"로 통일했습니다. 용어집에 없던 passivation(부동태화 처리)은 새 용어로 등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 안의 숫자 46개를 원문과 한 줄씩 대조하고, 번역본 각 표 아래에 원문 쪽수를 적었습니다.

규격서 번역 검토에서 자주 하는 실수
첫째, 번역본만 돌려 읽는 것입니다. 번역본은 원문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번역본의 모든 표와 조항에 원문 쪽수가 붙어 있어야 현장에서 의문이 생겼을 때 바로 원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인용 표준을 놓치는 것입니다. 규격서 본문에 "per ASTM B117"처럼 다른 표준이 인용되어 있으면, 실제 시험 조건은 그 표준에 있습니다. 인용 표준의 판(연도)이 바뀌었는지도 함께 봅니다.
셋째, 개정판을 받고 전체를 다시 번역하는 것입니다. 바뀐 곳만 찾아 고치면 시간이 줄고, 이전 판과 표현이 달라져 생기는 혼란도 막을 수 있습니다.
넷째, 용어집을 개인 파일로 두는 것입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용어가 다시 흔들립니다. 공유 폴더에 하나만 두고 새 용어를 등록할 때마다 날짜와 등록자를 남깁니다.
다섯째, 도면과 규격서를 따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규격서의 일반 공차와 도면의 개별 공차가 다르면 보통 도면이 우선하지만, 고객사마다 우선순위 조항이 다르므로 규격서 앞부분의 order of precedence 조항을 먼저 찾아 번역본 첫 장에 옮겨 둡니다.
👉 물품공급계약서 검토, 조항별로 확인할 것
해외 규격서 번역 자주 묻는 질문 (FAQ)
Q. 규격서 번역은 전문 번역 업체에 맡겨야 하나요?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와 달리 규격서는 우리 회사가 내용을 이해하고 지키기 위한 번역이라, 기술을 아는 내부 담당자가 검토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번역 초안은 도구로 받고, 숫자와 용어 검토는 품질팀이 맡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Q. 원문과 번역문이 다르면 어느 쪽을 따르나요?
고객사와의 관계에서는 원문이 기준입니다. 그래서 번역문 첫 장에 "본 번역은 사내 참고용이며 원문이 우선한다"는 문장과 원문의 판(Rev)과 날짜를 적어 둡니다.
Q. 유럽식 소수점 표기는 번역문에서 어떻게 쓰나요?
번역문은 회사 표기(마침표 소수점)로 통일하고 원문 값을 괄호로 병기합니다. 표 안에서는 열 머리글에 "원문 표기: 쉼표 소수점"이라고 한 번만 적어도 됩니다.
Q. PDF 규격서의 표가 복사되지 않을 때는요?
스캔된 PDF라면 표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데, 이때는 두 사람이 따로 입력해 비교하거나 입력 후 원문과 한 줄씩 소리 내어 읽으며 대조합니다. 자릿수 실수가 가장 많이 나는 단계입니다.
inline AI로 해외 규격서 검토하기
inline AI는 Rev.B와 Rev.C 원문을 함께 읽어 바뀐 수치와 조항을 비교표로 정리하고, 회사 용어집에 맞춘 번역문을 문서에 바로 씁니다. 재질이나 공차가 바뀌면 ARP의 소재 재고와 진행 중인 발주까지 함께 보여 주므로, 규격 변경이 어느 부서 일을 바꾸는지 그 자리에서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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